발로 쓰는 글 (21) 썸네일형 리스트형 변화하는 현재 모든 현재는 한 장의 사진처럼 그냥 턱 하니 '주어진 순간'이 아니다.믿기지 않는 이 현실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보면수년, 혹은 수십년의 긴 세월에서 온 것이고,그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가던 하루하루의 퇴적임을 깨닫는다. 그 하루는 매 순간의 모임이므로모든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서 비롯된 것이다.그러므로 모든 현재는 '변화하는 현재'다. 움직이지 않는 사물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계속 숨쉬면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처럼 생각해야 한다.나 자신을 포함하여,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그리고 그 변화를 피하거나 막을 수는 없으므로, 기왕이면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집착하지 말고, 대신 성장해야 한다. 한 걸음 하루에 한 걸음씩이라도 가까워져야 한다. 나의 진짜 모습과 내가 바라는 삶에, 하루에 한 걸음씩이라도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 잔인한 하루를 버텨내고구원을 기다리는 심장을 달래며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어느 예술가에게 모든 예술은 설득이다.설득은 논리가 아니라 매력으로 하는 것이며매력은 뻔뻔함 없이는 발산될 수 없다.비록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는그 뻔뻔함을 배짱, 용기, 신념, 끈기, 허세, 사기, 허풍, 그 무엇으로 바꿔 부를지라도. 오만한 소망 감사를 앞지른 소망은 오만한 것이다.두 손 모아 함부로 소망을 배설하는 자들에게서그들 눈에 비친, 지극히 주관적인 세상이 보인다.내 눈에는 파란 것을 그들은 빨갛다고 할 것이다.내 눈에는 탐욕으로 보이는 것을 그들은 희망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나날이 끔찍하고 처참하지만앞으로 좋은 날이 오지 않더라도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그래도 낫다는 것을스스로에게 납득시키려면오늘 하루가 어떤 의미라도 있어야 할텐데...나는 그런 것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고작 수 밀리미터에 불과하다.그 중에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아니면 모든 것을 다 뒤엎어야 하는가.1미리미터씩 전진해서죽기 전에 30센티의 성취를 보고 만족해하면 되는 것인가.무엇을 위한 성취였느냐는 물음에는 어떻게 대답할텐가.모든 사람을 상냥하게 대해야 하는가.과연 그들과의 만남에서 진실 비슷한 것이라도 출현할 수 있겠는가.아니면 죽을 때까지 진실을 외면하면서 헛도는 그들과 과감히 단절해야 하.. 평화 나의 유년 시절이 아무리 불안한 것이었더라도그 때는 도처에 평화가 있었다.째깍거리는 큰 방 시계 소리창문 밖 나뭇가지와 파란 하늘바람에 덜컹거리는 대문 소리감나무 가지 위에 수북히 쌓인 눈옥상에서 하늘 끝까지 닿았던 연빨랫줄에서 하늘거리던 옷들 그 때는 흐르는 시간이두렵지는 않았다. 검은 희망 "삶은 희망이다." 이 말이 얼마나 끔찍하고 비참한 말인지 당신은 아는가? 지독한 절망이 끝도 보이지 않을때 당신은 죽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죽을 용기가 없다면 곧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죽지 않는다면 살아는 있겠지.' 살아 있기로 했으니 가만히 숨만 쉬고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몸을 움직여야 하고 시간을 보내야 하고 그러려면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살고 싶지 않은 감정과 살아 남으려는 몸뚱아리 사이의 괴리가 민망하다. 그 빈 공간을 채울 구실이 필요하다. 살아 있어야 하는 핑계가 필요하다. 비록 그것이 꽤 납득할 만한 것이 못 되더라도 남들 보기에 하찮고 부끄럽더라도 그저 이 고통의 순간, 욕된 오늘에게 잠깐의 집행유예 정도면 잠시 숨은 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때 당신은.. 어느 한 유기체의 삶 식사 때마다 술병을 찾던 그가 가끔 생각난다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지독한 고통을 잠시 유예하려는 그렇게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는 그런 순간이 나에게는 오지 않으리라나는 슬퍼하면서도 단언했다 그러나요즈음 그가 생각난다이제 나도 백기를 들고 투항을 해야 할 때 살아 숨쉬던 그 모든 느낌들을 망각하여별로 부끄러울 것도 없다 어느 한 유기체의 삶일뿐...세상 모든 의도들이 지겹다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