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서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 2015.
 
  '어떻게 쓸 것인가'란 질문에 쉽고 상세하게 답을 한 책이다. 글을 쓰고 있거나 쓰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글쓰기 기초를 되새기기 위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각 장별로 요지와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했다.
 
 
1. 논증(論證)의 미학(美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쓸 때에는 세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규칙은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19쪽). 취향 고백은 굳이 논증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주장은 근거를 밝혀 논증해야 한다. 실제로는 취향 고백인데 주장처럼 말하거나, 또는 주장을 하면서 자신의 취향 고백을 은연중에 섞는다면 논증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19쪽). 자신의 가치판단에 따라 특정한 용어를 선택하거나 주장의 전제를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는 왜 그런 용어를 선택했는지, 왜 그렇게 전제했는지는 논증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논증 없이 주장을 강화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19쪽). 감정에 휘둘리다 보면 주제와 관련이 없는데도 자기 감정표현에 유리한 소재들을 끌어들인다. 
 
2. 글쓰기의 철칙
  문학이 아닌 논리적 글쓰기는 노력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노력이란 많이 읽는 것과 많이 쓰는 것을 뜻한다. 책을 읽을 때에는 발췌 요약을 하는 것이 좋다. 요약은 독해력과 문장 구사력을 향상시킨다.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긴 글을 하나의 생각으로 잘 압축할 수 있다면 하나의 생각을 긴 글로 풀어쓰는 것도 잘 할 수 있다. 마치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을 잘 안다면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도 잘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다. 문단 하나를 쓸 때는 일단 하고 싶은 말로 첫 문장을 쓰고 이를 부연하는 문장들을 써내려 가는 것이 좋다. 
  논리적 글쓰기에는 네 가지 철칙이 있다. (1장에서 세 가지 규칙이 나왔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다. 나는 1장의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으로, 2장의 철칙은 '뛰어난 (논리적) 글의 특징'으로 이해했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나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74~75쪽)
 
3. 책 읽기와 글쓰기
  글쓰기는 언어활동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모국어를 잘 배우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특히, 글은 말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글보다는 말이 우선이다. 말처럼 흐르는 글이 좋은 글이며, 외국서도 자연스러운 우리말에 가깝게 번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을 못하는 아이에게도 말을 걸어주는 것처럼 적절한 언어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더 자라면 흥미 위주로 많은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좋다.
 
4. 전략적 독서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높은 수준의 독해 능력을 길러야 한다"(130쪽).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 능력을 한거번에 얻게 된다. (136-137쪽)
 
  저자는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153~164쪽).
 
- 라인홀트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김영사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 와이즈베리
-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바오
- 신영복, 강의, 돌베개
-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한국경제신문
-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홍신문화사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문학사상
-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어크로스
-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갈라파고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책세상
-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홍신문화사
-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 케이트 밀렛, 성性 정치학, 이후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서해문집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5. 못난 글을 피하는 법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168쪽). 못난 글을 알아보는 방법은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이다. 소리 내어 읽기가 어렵고, 듣기에도 편치 않으며,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글은 못난 글이다.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으면 못난 글을 알아보는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한자말을 오남용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읽는 사람이 어색할 정도로 토박이말을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의'와 같은 일본말 빼는 것이 좋다. '되다', '지다'와 같은 피동형과 '었었다'같은 완료형도 서양말에서 온 것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복문은 읽기에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뜻을 분명하게 전하기 위해 단문을 쓰는 것이 좋다. 정확한 어휘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부분'처럼 뜻이 불분명한 단어는 피해야 한다. 
 
6.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많이 쓰기 위해서는 수첩에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글은 짧게 쓰는 것이 더 어렵다. 짧게 쓰기 위해서는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236쪽). 일단 없애버려도 뜻을 전하는 데 지장이 없으면 군더더기다. 특히,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그런데' 같은 접속사, 관형사와 부사, 또는 그런 역할을 하는 단어들을 빼보도록 한다. 쉽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 "이해하지 못하는 글로는 소통도 교감도 할 수 없다"(244쪽). "주제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도 주의 깊게 읽기만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244쪽) 써야 한다. 
  
7. 글쓰기는 축복이다
  " ······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260쪽).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264쪽). 
  글쓰기가 힘들어질 때는,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과 감정을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대단한 권리이며 자신이 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것은 사실이다. 
 
8. 시험 글쓰기
  보통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요령을 습득하는 전략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다이제스트(요약본) 읽기와 기출문제 실전 연습으로 준비해야 한다. 저자는 다이제스트 책 몇 권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 글쓰기 실력이 급상승하지는 않지만 논술시험에서 낯선 단어나 개념을 만나 당황할 확률을 줄여줄 수는 있다(286쪽).
- 가마타 히로키,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 부키
-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사계절
- 강유원, 역사 고전 상의, 라티오
- 강정인 외, 고전의 향연, 한겨레출판
- 다케우치 미노루 외, 절대지식 중국고전, 이다미디어
- 사사시 다케시 외, 절대지식 세계고전, 이다미디어
-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돌베개
- 함영대,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인문 고전 100, 팬덤북스 
 
 
  이 책도 못난 글을 알아보는 '백신'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써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니 군더더기가 참 많았다.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