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술에 취한 나는
어둠에 휩싸인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보았다.
누구는 걸어가고, 누구는 부모님이 차로 데리러 왔다.
나도 그 어둠이 익숙했었다.
저 문에 들어서고 나설 때
그 안의 모든 것들이 꿈같이 역겨웠다.
그들은 운동장에 잔디를 심었다.
잔디가 망가진다고
체육 수업은 으레 강당에서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운동장 모서리를 가로질러 잔디를 몇 발자국 밟았다.
저녁을 먹고 교실로 걸어오며
창문에서 터져 나오는 눈부신 형광등 빛을 바라보았다.
끔찍하게 밝았다.
몰래 틀어놓은 TV 시트콤에서
영혼 없는 웃음들이
시들어가는 청춘을 핥았다.
밝아서 끔찍했다.
"잘못되었다."
나는 하교하던 학생에게 외치고 싶었다.
너도 우울하니?
너도 분노하고 있니?
나는 아직도 우울하단다.
나는! 아직도 분노하고 있단다.
교문 앞은
여전히 어두웠다.
(수정 : 2024.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