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24) 썸네일형 리스트형 의심 점심시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 일행도 그 뒤에 선다. 커피 한 잔에 삼사천 원이다. 여기에는 재료값뿐만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마케팅 비용, 각종 유지비, 그리고 사장과 본사에 돌아가는 이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항목별로 그 숫자까지 알 수는 없다. 경제학자들은 커피 한 잔을 사 마신다는 것은, “커피 원두와 뜨거운 물의 혼합물뿐만 아니라 거기에 들어간 노동력, 카페의 접근성이 주는 편리함, 그리고 매장 인테리어와 음악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 그리고 그 카페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까지 같이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왜 하필 사천 원이어야 하는지, 그 가격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그저 ..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잉그바 카를손·안네마리 린드그렌 지음, 윤도현 옮김,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논형, 2009. 사회민주주의가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는 자유, 평등, 연대이다. 자유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상관없이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나의 삶은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내가 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집단의 힘을 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무질서나 범죄, 그리고 실업, 질병으로 인한 위험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집단이 제공하는 치안, 교육, 의료 서비스 등에 의존해야만 한다. 집단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기능하려면 개개인이 집단의 규칙들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것이 더 나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다(26~.. "세상이 그리 말랑말랑한 줄 알아?" "점마들 사는 세상은 데모 몇 번 한다고 바뀌는 그런 말랑말랑한 세상이야? 내가 살아온 세상은... 하! 데모로 세상을 바꿔? 니미 뽕이다." "데모를 해가 바뀔 세상이면은 내가 열두 번도 더 바꿨어. 세상이 그리 말랑말랑한 줄 알아?" - 영화 (양우석 감독, 2013) 중 나는 주인공인 송우석(송강호 분)의 이 대사에 동의하지 않는다. 숱한 고난의 세월을 겪어 온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반발심이 일어난다. 나는 "만만치 않은 세상", "각박한 세상", "먹고 살기 힘들다"와 같은 표현들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분명 살기 힘든 세상인 것은 맞다. 하루하루가 고되고 답답하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그러하고, 아주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이런 .. 진실의 편안함 나는, 어린 시절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묻고 또 물었듯이, 직장에 다니면서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은 이런 일들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는 것일까... 보람이나 성취감 같은, 일을 하는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을 할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나의 마음은 항상 불편해졌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을 그냥 해야만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적어도 나는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그 일이 어떤 의의를 갖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나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 부적응 긴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나의 생각과 느낌을 더, 그리고 잘 표현하기로 작정했다. 세상은 나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결같이 말하지만 기울어 가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부당하고 무책임하듯이 현재를 받아들임은 내 삶에게 부당하고 무책임하다. 위험과 불합리함에 대한 적응을 강요하는 것은 정상도 아니고, 정당하지도 않다. 복종은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부적응과 외로움에 고통스러워할지언정 부끄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수정 : 2023.7.14.) 나는 왜 한국인을 신뢰하지 않는가 외국 가수들이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나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한국 팬들은 공연장에서 호응을 매우 잘해준다.” 한국 팬이든, 일본 팬이든 공연장에 찾아갈 정도라면 그 가수를 좋아하는 마음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 팬들이 공연장에서 더 반응이 좋다고 이야기할까? 한국 팬들이 공연에서 느낀 감동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잘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감정표현을 더 잘하는 사람이 있듯이, 감정 표현을 더 잘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또는, 한국 전통문화에서 국악의 비중을 생각해보면 한국인들이 더 흥이 많거나 음악을 더 좋아한다는 설명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개운치가 않다. 나또한 공연장에 갔을 때 관객들의 열광이나 노래 따라부르기에서 열정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생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고 쉽게 말하지 마십시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명료하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동의한 순간이 없었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그저 용기가 없어서 마지못해 단념하고 동조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단념은 동의가 아닙니다. 그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지 마십시요.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지 마십시요. 무언가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 또한 질식할 듯 몸서리쳤다는 것을 두 눈 뜬채로 부서져왔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수정 : 2020. 12. 26.) 필요 신기하다. 회사는 벌이지 않아도 되는 일에 수많은 사람들을 매달리게 한다. 그렇게, 나는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를 하는데도 돈을 받는다. 나는 그 돈으로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들을 산다. 때로는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만나서 굳이 먹지 않아도 좋을 것들을 먹으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대화를 한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면 굳이 수많은 사람 앞에 나오지 않아도 좋을 사람들이 굳이 듣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를 떠들어 댄다. 그것을 보며 나는 하지 않아도 좋을 생각들을 하고 지니지 않아도 좋을 욕심들을 마음 속에 심는다. 그러고는 다가오는 다음 날을 생각하며 굳이 하지 않아도 좋을 걱정에 잠자리를 뒤척인다.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면 굳이 느끼지 않아도 좋을 절망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나는 또 출근을 .. 이전 1 2 3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