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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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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리 말랑말랑한 줄 알아?" "점마들 사는 세상은 데모 몇 번 한다고 바뀌는 그런 말랑말랑한 세상이야? 내가 살아온 세상은... 하! 데모로 세상을 바꿔? 니미 뽕이다." "데모를 해가 바뀔 세상이면은 내가 열두 번도 더 바꿨어. 세상이 그리 말랑말랑한 줄 알아?" - 영화 (양우석 감독, 2013) 중 나는 주인공인 송우석(송강호 분)의 이 대사에 동의하지 않는다. 숱한 고난의 세월을 겪어 온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반발심이 일어난다. 나는 "만만치 않은 세상", "각박한 세상", "먹고 살기 힘들다"와 같은 표현들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분명 살기 힘든 세상인 것은 맞다. 하루하루가 고되고 답답하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그러하고, 아주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이런 ..
부적응 긴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나의 생각과 느낌을 더, 그리고 잘 표현하기로 작정했다. 세상은 나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결같이 말하지만 기울어 가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부당하고 무책임하듯이 현재를 받아들임은 내 삶에게 부당하고 무책임하다. 위험과 불합리함에 대한 적응을 강요하는 것은 정상도 아니고, 정당하지도 않다. 복종은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부적응과 외로움에 고통스러워할지언정 부끄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수정 : 2023.7.14.)
나는 왜 한국인을 신뢰하지 않는가 외국 가수들이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나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한국 팬들은 공연장에서 호응을 매우 잘해준다.” 한국 팬이든, 일본 팬이든 공연장에 찾아갈 정도라면 그 가수를 좋아하는 마음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 팬들이 공연장에서 더 반응이 좋다고 이야기할까? 한국 팬들이 공연에서 느낀 감동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잘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감정표현을 더 잘하는 사람이 있듯이, 감정 표현을 더 잘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또는, 한국 전통문화에서 국악의 비중을 생각해보면 한국인들이 더 흥이 많거나 음악을 더 좋아한다는 설명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개운치가 않다. 나또한 공연장에 갔을 때 관객들의 열광이나 노래 따라부르기에서 열정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생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고 쉽게 말하지 마십시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명료하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동의한 순간이 없었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그저 용기가 없어서 마지못해 단념하고 동조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단념은 동의가 아닙니다. 그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지 마십시요.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지 마십시요. 무언가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 또한 질식할 듯 몸서리쳤다는 것을 두 눈 뜬채로 부서져왔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수정 : 2020. 12. 26.)
현실 3 당신은 현실과 타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의 타협은 역으로 현실을 구성한다. 즉, 당신의 선택은 한 조각의 퍼즐이 되어 다른 사람이 인식하는 '현실'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가 된다. 그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해 당신은 그 한 조각 만큼의 책임을 지게 된다. 그 다른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수 천, 수 만 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의 타협도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구성한 현실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이것은 '부분과 전체'에 관한, 매우 복잡해 보이는 문제다.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현실과 타인에 대한 당신 몫 만큼의 책임은 희석되지 않는다. (작성 : 2018. 8. 11.)
동의와 문맥 나의 삶은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나는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줄에 묶인 개나 혹은 감옥에 갇힌 수인이 된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나는 민주주의 공화국의 자유 시민 아니던가? 왜 이런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인가? 사람들은, 스스로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동의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 괴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 문맥(context)이다. "문맥"이란 단어는 신영복 선생의 글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여기서 문맥을 '집단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한 행동을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흐름'의 의미로 썼다. 문맥에는 대세, 유행, 회사 내에서의 조직 문화, 왕따에 동조하기와 같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 내가 소속된 집단에서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분위기상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