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Binaural 2021. 1. 19. 22:28

메튜 프레더릭 지음, 장택수 옮김,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동녘, 2008.
 
  평소 건축에 관심이 있어서 건축학 입문을 비롯한 책 몇 권을 샀다. 이 책은 건축학 교수가 건축을 배우는 사람들이 때때로 떠올리면 도움이 될 원칙들을 정리한 것이다. 왼쪽에는 손그림을, 오른쪽에는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글들이 실렸다. 분량이 적어서 빠른 시간에 읽을 수 있지만 쉽게 지나칠 만한 내용은 아니다. 건축 이야기지만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혜들이 눈에 띈다. 왼편에 있는 그림들이 간결하면서도 이해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긁은 글씨는 저자가 강조한 것이다. 
 
  건축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다. ······ 근본적인 아이디어 없이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공간계획가에 불과하다. 공간을 계획해서 '잘 꾸미는 것'은 건축이 아니다. 건축은 건물의 DNA, 즉 건물 전체에 내재된 감각 속에 존재한다. (14쪽) 
 
 파르티는 건축적이지 않은 것을 이해한 데서 나오며 건축 형태가 드러나기 전에 충분히 다듬어야 한다. (16쪽) 
 
  디자인 아이디어가 구체적일수록 호소력이 크다. 모두에게 호소하려고 하면 아무에게도 다가갈 수 없다. 구체적인 관찰, 신랄한 비판, 역설적인 관점, 재치 있는 생각, 지적 세계, 정치적 논란, 자신의 창조세계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면 사람들마다 나름대로의 정의를 갖는 환경을 창조할 수 있다. ······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자인한다고 해서 건물의 쓰임이나 건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자 나름대로의 해석과 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17쪽)
 
  디자인 결정은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이유로 타당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 어떤 요소에 대해서든 타당성을 많이 발견할수록 더 좋다. (18쪽) 
 
  설계실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자산은 완벽하게 디자인한 건물이 아니라 설계과정의 진척이다. 이 과정을 통해 계속 다음 단계로 발전한다. (31쪽)
 
  하나의 건축 공간이나 요소에 독특한 특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그 특성을 실제로 존재하게 만든다. 두꺼운 느낌이 나는 벽을 만들려면 실제로 두껍게 하라. 높은 느낌이 나는 공간을 만들려면 실제로 높게 하라. 설계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게 하는 것이 설계 초보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노련한 건축가는 미묘한 차이로 큰 효과를 만드는 방법을 안다. (33쪽)
 
  미적 특질은 대조를 통해 부각시킨다. ······ 미적 특질들을 공간이나 요소, 건물에 넣으려면 정반대 혹은 대치되는 가치를 집어넣음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높고 밝은 느낌이 나는 방을 원한다면 낮고 어두운 공간을 통과한 뒤에 방이 나오도록 해보자. (37쪽) 
 
  자신의 아이디어를 할머니가 이해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여러분은 그 주제를 잘 모르는 것이다. (48쪽) 
 
  아름다움은 요소 자체보다는 전체를 이루는 요소들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나온다. (51쪽) 
 
  좋은 건물은 보는 거리에 따라 드러내는 모습이 다양하다. (53쪽)
 
  "걸작의 성공은 실수로부터 자유로운 것에 있다기보다는 ······ 모든 관점을 완전히 정복한 그 엄청난 설득력에 있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나방의 죽음 The Death of the Moth》 (78쪽)

 
  건축 양식은 특별하게 보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전체 과정 속에서 다소 애매하게, 때로는 우연히 발생한다. (82쪽) 
 
  한계가 창의성을 만든다. 너무 작은 대지면적, 불만족스러운 지형, 지나치게 긴 공간, 익숙하지 않은 자재, 고객의 모순된 요구 등 설계상 한계 때문에 슬퍼하지 말라. 그런 한계 속에 문제의 해결책이 있다! ······ 건물 앞에 추한 벽이 떡하니 서 있는가? 그 벽을 매우 흥미롭고 기억에 남을 만한 전망 속에 포함시킬 방법을 찾아보라. (97쪽)
 
  일단 '무엇인가'를 하라. 설계가 풀리지 않아서 거의 미칠 지경이라도 모든 것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 설계는 단순히 디자인 해결책을 찾는 수단이 아니라 여러분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다. (99쪽)
 
  건축가는 대기만성형이다.
  50세 이전에 확고한 자리를 잡은 건축가는 드물다. 광범위한 지식을 통합하여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직업은 건축밖에 없다. 건축가는 역사, 미술, 사회학, 물리학, 심리학, 재료학, 상징론, 정치 외에도 무수히 많은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규제를 준수하고 기후에 적응하며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 ······ 다양한 사항을 고려하여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며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친다.
  건축계에 몸담고 싶다면 장기적으로 생각하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