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知圖)

아우슈비츠

Binaural 2018. 11. 7. 21:52

 

나는 살아 남았다.

 

살아 남았다는 것은 다만 죽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생동하는 삶은 나에게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기계의 일부 같았다.

 

그들이 부속품에 불과했을지라도

 

무죄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든 욕망을 억압 받았다.

 

무엇보다도 잔인했던 것은

 

그래야 하는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무런 질량이 없었다.

 

그것은 규칙이었지 이유가 아니었다.

 

나는 그 규칙에 대한 이유를 또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우리는 이내 묻는 것을 그만두었다.

 

우리는 질문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침묵은 그들의 편이었다.

 

침묵은 그들의 잔인함을 정당화했다.

 

고요함 속에서 그곳의 모든 것들이 당연해졌다.

 

그리고 그 당연함에 의해

 

우리의 청춘은 죽임을 당했다.

 

나는 그곳에 3년을 갇혀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학교"라고 불렀다.

 

 

 
 
(작성 : 2018.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