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知圖)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Binaural
2018. 11. 7. 21:16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 몸을 바라볼 때, 이렇게 조용히 앉아 있을 때... 나는 외계인처럼 나라는 생물을 낯설게 바라본다.
어두운 방 안에서 잠자리에 누우면 가끔, 내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그때마다 나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내가 원래 없었다는 사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 순간, 마음과 몸이 마비된다. '말도 안 돼!' ‘모순... 이것은 엄청난 모순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저항할 수가 없다.
넓은 하늘 파랗듯이
뜬 구름 먼길 가듯이
저 산 우둑히 서 있듯이
참새들 종알거리듯이
옥상 위 햇볓 따스하듯이
바람결에 빨래 하늘거리듯이
나는 본래 여기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럴 것만 같았다.
삶은 소중하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삶을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느끼고 인식한 것을 표현하고, 더 깊은 이해로 나아가기 위해 이 공간을 연다. 이를 통해 보다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작성 : 2014. 6. 29.)
(수정 : 2020. 3. 10.)